공지사항

열받아도 친절하게 (주주 행동)

스무 살 때 산 저의 첫 핸드폰 현대 네오미.

현대 네오미 1999년 출시

한참 쓰다보니 고장이 나서 봉천동에 있던 서비스센터에 가던 날을 기억합니다.
웬지 수리비를 달라고 할 것 같아서 버스 안에서 잔뜩 걱정을 했습니다.
어떻게 무료로 수리 받을 수 있을까?

저의 전략은 웃으면서 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강하게 요청하고 세게 말해봐야 소용없다, 웃으면서 부탁해보자.
겨우 스무 살의 나이에 그런 전략을 들고 갔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습니다. (결국 무료로 수리를 받았습니다)

언젠가는 KT 인터넷이 안 되어 상담원과 통화를 했는데, 그 상담원이 저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보내 준 적도 있습니다.
매일 너무 힘든 데 따뜻하게 괜찮다고 얘기해 주셔서 눈물이 났다고.

이런 저의 친절은 언젠가 부터 사라졌습니다.
삶에 찌들어서 그런가? 어른이 되며 세상의 더러운 꼴을 너무 많이 봐서?
어느 순간 저는 다른 사람들과 많이 싸우기 시작했고, 저에게 손해가 되면 날카롭게 반응했습니다.

오히려 20살 때보다 후퇴해 버린 것.

최근 제 지인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주주들은 개똥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거지같은 회사들과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예의 바르고 친절하게 말하려 애쓰는 모습. 그걸 보면서 스무 살 때의 기억이 떠오른 것입니다. 나는 왜 오히려 더 후퇴했는가.
과연 세게 말하고 욕을 하고 화를 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저도 회사들과 통화할 때 최대한 예의 바르고 공손하게 대화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손해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익만 있을 뿐. 담당자들과 대화도 편하고 저도 마음이 좋습니다.

물론 친절하게만 말한다고 해서 회사가 주주환원을 잘 해줄리는 없습니다.
예의 바르게 말은하되, 주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다 해보려 했고...
오늘 그렇게 대화하던 한 회사에서 추가로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내주었네요.

단지 저 때문에 추가로 자사주를 사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회사나 저나 서로 잘 대화하며 풀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걸 다시금 떠올리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한 마음, 액티브홀더스 여러분들에게도 이야기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힘든 시기지만 잘 버텨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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